책소개
1834년 발표된 <장난 삼아 연애하지 마소>에는 그가 연인 조르주 상드와 베네치아를 여행할 때 겪은 사랑의 복잡하고 내밀한 관계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이야기는 남녀 주인공의 고향 마을에서 일어난다. 페르디캉과 카미유는 사촌지간이지만 페르디캉의 부친은 허가를 얻어 둘을 결혼시킬 생각이다. 학업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페르디캉은 오랜만에 만난 카미유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카미유는 수녀가 되기로 결심한 상태라 페르디캉의 청혼을 거절한다. 실망한 페르디캉은 마음을 고쳐 먹고 유모의 딸 로제트와 결혼하기로 한다. 카미유가 이 사실을 알고 질투를 느껴 뒤늦게 페르디캉에게 진심을 고백한다. 페르디캉과 카미유의 사랑이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 상심한 로제트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단막 희극 <문은 열려 있거나 닫혀 있어야 한다>는 30대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2인 극이다. 이들은 밀고 당기는 사랑의 심리전을 긴밀하게 보여 준다. 백작과 후작부인은 이웃이다. 평소 후작부인을 흠모하던 백작은 어느 날 후작부인의 집 대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예고 없이 그녀를 방문한다. 백작의 끈질긴 구애에도 후작부인은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백작이 체념하려는 순간 그녀는 백작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200자평
알프레드 드 뮈세의 3막 장편 희곡 <장난 삼아 연애하지 마소>와 단막극 <문은 열려 있거나 닫혀 있어야 하오>는 그의 희곡 전집 ≪희극과 속담 소(少)희극(Comédies et Proverbes)≫에 실려 있는 대표작이다.
지은이
뮈세는 나폴레옹 1세가 집권하던 1810년 파리의 몰락한 귀족 출신 가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총명한 두뇌로 대학에서 의학과 법률을 공부했으나 유달리 섬세하고 감성적인 기질 덕택에 문학에 심취한다. 낭만주의 문학의 선구자 빅토르 위고가 주도하던 문학회에 가담해 조숙한 예술적 재능을 보이며 주목받았다. 1833년 희곡 <마리안의 변심(Les Caprices de Marianne)>과 이듬해 <장난 삼아 연애하지 마소>를 발표할 당시, 뮈세의 나이는 23세로, 일생의 비등점을 찍은 전성기였다. 작가로서 문학에 갓 입문한 그는 이 시기에 쓰디쓴 실연의 아픔을 겪으며 삶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통과제의를 경험한다. ‘낭만주의의 악동’으로 불리며 이른 나이에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발휘했던 그는 평단으로부터 인정받고 작가로서 영광을 누리지만 아쉽게도 끈질긴 창작 집념과 열의를 불태우지 못하고 47세로 생을 마감한다.
옮긴이
장인숙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수학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 연극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수원과학대학 공연연기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기와 연극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프랑스, 이탈리아 근현대 희곡을 중점적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유럽 연극의 실기(연기, 연출)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20세기 전반기 유럽의 연출가들≫(공저), ≪아리안느 므누슈킨과 태양극단의 공동창작 연극≫이 있으며 역서로 ≪바르바와 오딘극단의 연극 여정≫, 라비슈의 희곡, ≪이탈리아 밀짚모자≫, ≪표적≫, ≪페리숑 씨의 여행≫, ≪눈속임/루르신 거리의 사건≫이 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나타난 인물의 변형적 특성>, <보드빌의 극작술 연구>, <작크 코포의 연극 교육: 실천적 의의와 방법>, <골도니의 연극 개혁: 쟁점과 양상>, <조르지오 스트렐러의 연출 미학>, <자크 르콕의 중립 가면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장난 삼아 연애하지 마소
문은 열려 있거나 닫혀 있어야 하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후작부인: 잠깐만요. 속담이 하나 더 있어요. “문은 열려 있거나 닫혀 있어야 한다.” 당신 덕분에 45분 전까지만 해도, 이 문은 이도 저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방이 완전히 꽁꽁 얼었죠. 그러니까 당신은 나와 팔짱을 끼고 우리 어머니 댁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가야 해요. 그리고 함께 포생에 들러요.
백작: 포생이라뇨, 부인? 거긴 왜 가자는 거요?
후작부인: 반지 때문이죠!
백작: 아! 맞아요, 그걸 생각 못했군. 그러니까! 당신 반지 말이오, 후작부인?
후작부인: 후작부인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내 반지에는 여기 가운데 후작부인을 나타내는 작은 왕관이 달려 있어요. 이렇게 하면 도장으로도 쓰이죠…. 그런데 백작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 화관을 떼어내도 되겠죠? 자, 이제 모자를 써야겠어요.
백작: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후작부인: 그럼 이 거추장스러운 문을 닫아 주세요! 이제 이 거실엔 아무도 살지 않을 거예요.